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뱀이 움직이지 않는 이유, 체온으로 나뉜 두 세계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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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기버데이
댓글 0건 조회 276회 작성일 25-07-10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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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빛이 따스하게 내리쬐는 바위 위에 뱀이 고요히 누워 있다.
사람 눈에는 게으르고 느릿한 동물처럼 보일지 몰라도, 사실 그 행동 하나에도 생존을 위한 과학이 숨어 있다.
뱀은 체온을 스스로 만들 수 없는 동물이다.
그저 햇빛에 몸을 맡기며 온기를 모으고, 움직일 수 있을 때까지 기다릴 뿐이다.
이런 생물들을 우리는 냉혈동물이라 부른다.

반면 사람은 어떨까.
눈이 오고, 바람이 불어도 몸은 36.5도를 유지한다.
춥다고 느끼면 옷을 껴입고, 몸을 떨어서라도 열을 낸다.
심지어 고산지대나 남극에서도 살아갈 수 있다.
이처럼 스스로 체온을 유지하며 살아가는 생물, 그들은 온혈동물이다.

이 둘의 차이는 단순한 ‘뜨겁고 차가움’의 문제가 아니다.
생존 전략 자체가 완전히 다른 세계의 이야기다.

냉혈동물은 환경에 순응한다.
날이 따뜻하면 몸이 따뜻해지고, 날이 차가우면 느려진다.
이들은 불필요한 에너지를 거의 쓰지 않는다.
먹이를 많이 먹지 않아도 오랜 시간 살아갈 수 있다.
그 대신 낮과 밤, 계절의 흐름에 민감하다.
겨울이 오면 깊은 동면에 들어가고,
기온이 오르기 전에는 사냥도 어렵다.

도마뱀이 햇살을 따라 바위 위를 옮겨 다니는 것도,
개구리가 봄이 올 때까지 조용히 땅속에 파묻히는 것도,
모두 생존을 위한 계산된 행동이다.

반면 온혈동물은 환경에 저항한다.
내부에서 끊임없이 열을 만들어내며,
기온이 어떻게 변하든 스스로를 일정하게 유지하려 한다.
그 결과, 이들은 밤에도 활동할 수 있고,
사계절 내내 움직일 수 있으며,
복잡한 행동과 높은 지능을 발달시켰다.
하지만 그만큼 많은 연료가 필요하다.
에너지를 끊임없이 소비해야 하며,
굶거나 체온을 잃으면 빠르게 위험에 빠진다.

고양이는 햇살이 없어도 사냥을 할 수 있고,
참새는 겨울 눈밭 위에서도 날아다닌다.
사람은 극지방부터 사막까지,
전 지구를 넘나드는 환경에서 살아남는다.
그 힘은 바로 체온 유지 능력에서 비롯된다.

흥미로운 점은, 이 둘 사이의 경계가 점점 모호해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일부 상어는 근육 일부를 따뜻하게 유지하며
더 빠른 반응을 할 수 있고,
참치는 바다 속에서도 비교적 일정한 체온을 가진다.
냉혈과 온혈이라는 구분은
더 이상 칼로 자르듯 나뉘는 기준이 아니라
연속적인 스펙트럼으로 이해되어야 하는 시점이다.

체온을 유지할 것인가, 외부에 의지할 것인가.
이 질문은 단순한 생물학적 특징을 넘어
자연이 설계한 두 가지 생존 방식의 축소판이다.
하나는 에너지를 아껴 환경에 순응하는 길,
다른 하나는 에너지를 써가며 환경을 이겨내는 길이다.

그리고 그 두 길은
각자의 방식으로 수억 년을 살아남아
지금의 생태계를 만들었다.

어느 날 뱀을 보고
“왜 저렇게 움직이지 않을까” 하고 의문이 들 때,
그건 단순히 게으름의 문제가 아니라
몸속에 열을 만들 수 없다는 구조의 한계와,
그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선택한 전략이라는 걸 떠올릴 수 있다면
당신은 이미 생물학적 시선을 갖게 된 것이다.

세상은 뜨거운 피만으로 굴러가지 않는다.
차가운 몸에도 살아갈 이유와 방식은 분명히 존재한다.
그렇기에 자연은 여전히 균형을 이루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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