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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유의 시간

어머니가 네 생일이 언제더라?’하셨는데 그 말이 그렇게 무서울 줄 몰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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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데파토
댓글 0건 조회 472회 작성일 25-05-26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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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는 혼자 사십니다.
저희 집과 거리가 그리 멀지는 않지만, 자주 찾아뵙지 못하는 날이 많아 늘 마음 한켠이 무거웠죠.

그날도 평소처럼 전화를 드렸는데, 어머니께서 제 생일을 묻는 거예요.
순간 이상했어요. 몇십 년째 매년 챙겨주시던 생일인데, 갑자기 “그러고 보니 네 생일이 언제더라?” 하시는데, 웃음이 아닌, 정적이 흐르더군요.

장난인가 싶어 웃으며 넘기려 했지만, 대화 중간중간에도 이야기 맥락이 자꾸 엇나가고, 같은 말을 두세 번 반복하시는 걸 듣고 나니 머릿속이 멍해졌습니다.

그 주 주말에 바로 어머니를 모시고 병원에 갔습니다.
의사 선생님 말씀은 간단했습니다.
“아직 치매는 아닙니다. 하지만 인지기능 저하의 전조 증상일 수 있습니다.”

사실 충격이었습니다.
어머니는 평소에도 TV 잘 보시고, 시장도 혼자 잘 다니시고, 잔소리도 정확하게 하시던 분인데…
그런 어머니가 ‘기억을 놓친다’는 게 저에겐 낯설고, 무서운 일이었습니다.

그날 이후 저는 작정을 했습니다.
어머니가 다시 일상에 집중하실 수 있도록 생활환경부터 싹 바꾸기로요.

먼저, 매일 짧은 전화 퀴즈를 시작했습니다.
“어제 뭐 드셨어요?”, “어제 뉴스에서 뭐 기억나는 거 있으세요?”
그냥 대화처럼 툭툭 던졌지만, 어머니께선 그것만으로도 머리를 쓰는 습관이 생기셨죠.

식사도 바꿨습니다.
견과류, 계란, 블루베리, DHA가 풍부한 연어, 들기름 등을 챙겨드리고, 탄수화물 위주 식사는 줄였습니다.
어머니가 좋아하시는 된장국에 두부와 버섯을 더 많이 넣어 단백질과 비타민 B도 자연스럽게 챙길 수 있게 했습니다.

또한, 하루 30분 동네 산책을 일과처럼 넣었습니다.
햇빛을 쬐는 게 기분 전환에도 좋고, 비타민 D 보충에도 도움이 된다고 해서요.

무엇보다 혼자가 아니라는 느낌을 드리려고 노력했습니다.
요즘은 영상통화도 종종 걸고, 택배로 퍼즐책이나 손글씨 쓰는 노트도 보내드리고 있어요.

그렇게 한 달쯤 지나자, 어머니가 어느 날 그러시더라고요.
“요즘은 머리가 덜 멍한 것 같다. 뭐가 달라졌는지 모르겠는데, 기운이 나.”

그 말에 저는 그 자리에서 눈물이 날 뻔했습니다.
크게 거창한 걸 한 것도 아닌데, 가볍게 넘기지 않고 반응한 그 순간이 어머니를 지킨 시작이었던 것 같아요.

혹시 부모님께서 자꾸 반복된 말을 하시거나, 날짜·이름을 헷갈리신다면
‘괜찮겠지’ 하지 마시고, 조용히 함께 점검해보시길 바랍니다.
그게 병이든, 아니든…
부모님 기억을 지키는 건, 바로 지금 우리의 반응에서 시작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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